Luno라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 개도국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하는 글로벌 회사인데요. Luno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이자 지급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고객들은 Luno의 저축 지갑에 비트코인을 맡기면 연간 4%에 준하는 이자를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율은 변동합니다) 비트코인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1 BTC를 맡기면 1년 후 1.04 BTC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죠. Luno는 고객의 동의하에 고객이 예치한 비트코인을 제네시스 트레이딩에 빌려주고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이를 운용해 Luno에게 돌려줍니다. Luno는 제네시스 트레이딩으로부터 받은 비트코인 중 일부를 수취하고 남는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이죠. 비트코인을 보유한 채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고객에게는 구미가 당길 만한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 이자 제공 비트코인 지갑 출시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160183

 

 

 

사실 Luno가 제공하는 형태의 비트코인 이자 서비스는 기존에 다른 거래소들도 (주로 중소형 거래소 혹은 무규제 글로벌 거래소) 제공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뉴스가 특별한 이유는 Luno의 든든한 모회사 Digital Currency Group (줄여서 DCG) 때문입니다. 2020년 9월 Luno는 DCG 에 인수됐습니다. DCG는 그레이스케일 (자산운용),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 (증권사), 코인데스크 (미디어), 파운드리 (채굴), Luno (거래소), 벤처캐피털을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종합 금융 기업입니다. 빗고, 서클, 코인베이스, 크라켄, 리플 등 쟁쟁한 회사들에 초기 투자 했고, 한국 기업들 중에는 스트리미 (고팍스), 코빗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2013년에 그레이스케일을 창업한 배리 실버트는 (그는 2015년에 DCG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생태계에 벤처 투자를 해 왔습니다) 아무도 비트코인에 주목하지 않을 때 비트코인 투자 신탁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그가 최근에 남긴 트윗을 보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조롱을 받았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2013년에 우리가 비트코인 투자 펀드를 출시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우리를 미쳤다고 했다. 글쎄, 지금 우리의 모습을 봐라” 현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인 GBTC는 약 46.5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비트코인 자산 운용사입니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2.5%에 준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그레이스케일의 운용 자산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오늘날 7조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그레이스케일 AUM 운용자산 성장 현황

 

 

 

DCG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비트코인은 주식, 채권, 부동산처럼 이자를 기대할 수 없는 자산입니다. 금을 금고에 보관해두면 아무런 이자를 얻지 못하듯이, 비트코인을 단순히 보관만 하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고래들이나, 고객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비트코인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강합니다.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DCG는 Luno를 통해서 시험적으로 비트코인 이자 상품을 시도해보는 양상입니다. 아직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조심스러운 양상이지만, Luno의 비트코인 이자 상품이 차차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DCG가 나중에 그레이 스케일을 통해 비트코인 인컴 펀드 같은 투자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겠네요. 고객은 단순히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비트코인으로 이자를 받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DCG-그레이스케일은 다시 한 번, 여타 경쟁사 펀드 대비 한 차원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앞서 나갈 것 같습니다

 

DCG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인 점을 고려해 보면, DCG 산하 제네시스 트레이딩-Luno가 내놓은 이번 서비스는 비트코인 이자 상품 트렌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주요 거래소들도 분명히 Luno의 동향을 주시하며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할 것입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크립토 퀀트의 통계에 따르면, 주요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비중은 전체 유통량의 5.1%에 달합니다. 특히 코인베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비중은 전체 유통량 대비 4.6%에 해당합니다. 이 거래소들도 Luno처럼 고객의 동의를 얻고 자금을 운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죠. 다만, 아직은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주요 기업 비트코인 보유 현황 (출처: 크립토 퀀트, AI Coin)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아직 고객들에게 직접 비트코인 이자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거래소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tokenized BTC 입니다. Defi 는 아직 무규제 영역이라 그만큼 말썽도 많이 일으키고 있지만, 규제의 영향에서 벗어나 온갖 창의적인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고 여기에 tokenized BTC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WBTC, Ren, SNX 와 같은 tokenized BTC 테마 토큰들은 전부 주요 거래소에 상장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직 토큰이 중앙화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KEEP-tBTC 같은 경우에도 이미 코인베이스와 제미니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 중에서 tokenized BTC의 비중은 현재 0.8%에 불과합니다. 현재 Defi가 버블이네 끝물이네 말이 많지만,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을 (60% 수준의 시장 파이를 차지하는 것은 그 어떤 자산 군에서도 볼 수 없는 경우입니다. 삼성전자도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미만입니다) 보유하면서 이자를 얻으려는 수요는 (Defi 버블이 터지든 안 터지든) 앞으로도 불변할 것이고, 업계의 선도 기업들은 관련 솔루션을 고안해낼 것입니다.

 

현재는 중앙화 된 형태의 WBTC가 전체 tokenized BTC 시장의 74%를 차지하며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년 뒤에도 WBTC가 1위란 법이 없습니다. 3년 전에 DEX가 코인베이스의 거래량을 능가하는 것을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듯이, 3년 후 보다 탈중앙화 된 형태의 tokenized BTC가 (renBTC-Ren, tBTC-KEEP, sBTC –SNX 등) WBTC를 추월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Tokenized BTC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Dune Analytic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duneanalytics.com/eliasimos/btc-on-ethereum_1

 

Tokenized BTC 현황 #1 (출처: Dune Analytics)

 

Tokenized BTC 현황  #2  (출처: Dune Analy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