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스왑, 팬케이크스왑, 스시스왑, 클레이스왑….

암호화폐(코인) 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스왑(Swap)’이라는 단어가 눈에 익을 테다. 신문 기사에서,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이름에서, 혹은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사이트를 지나치며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스왑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인지는 모르는 이가 많다. 디파이 트렌드 확산으로 최근 더욱 주목받는 ‘스왑’에 대해 알아본다.

 

 

 

▶스왑이 뭐예요

▷매수·매도 아닌 ‘교환’의 개념

‘스왑’은 영단어 뜻처럼 ‘교환’을 의미한다. 바로 ‘코인과 코인 사이의 교환’이다. 암호화폐 지갑에 보유한 코인을 개인과 개인(P2P) 거래 형태로 바꾸는 행위가 스왑이다. 코인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교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탈중앙화 거래소(DEX)’다. 탈중앙화 거래소와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의 차이를 파악하면 스왑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보다 수월하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는 말하자면 ‘중앙화 거래소’다. 거래소는 코인을 사려는 구매자와 코인을 매도하려는 판매자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한다. 서로의 주문을 거래소가 연결함으로써 매매가 이뤄진다. 매수자 입찰 가격이 매도자가 내건 가격보다 높거나 같으면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DEX는 다르다. 코인 교환은 ‘유동성 풀’에서 이뤄진다. 누군가 유동성 풀에 예치해놓은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코인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스왑 시 가격은 스마트콘트랙트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주식이나 코인 투자자에게 익숙한 ‘호가창’이나 길게 늘어선 ‘매수벽’, 심지어 ‘차트’조차 찾아볼 수 없다. 거래소 화면도 굉장히 심플하다. 예를 들어 A코인을 B코인으로 바꾼다고 한다면 ① 본인이 교환하고자 하는 A코인 개수 ② 여기에 따라 받을 수 있는 B코인 개수 정도가 화면의 전부다.

▶DEX에서 이자를 주는 이유

▷스왑에 필요한 유동성 공급 대가

DEX를 이용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은 코인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실물 계좌나 회원 가입, 로그인 같은 절차도 필요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자’를 받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코인을 유동성 풀에 예치해놓는 대가로 받는 보상이다. 스왑이 진행될 경우 탈중앙화 거래소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데, 이 수수료를 거래소가 다 가져가는 게 아니라 유동성을 제공한 ‘유동성 공급자(LP)’에게 나눠 준다.

유동성 풀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수천 종류의 코인 쌍(Pair)으로 이뤄져 있다. ‘금은방’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금은방에서 ‘금’과 ‘현금’을 교환할 수 있다. 금을 팔아 현금을 얻기도, 현금을 내고 금을 사기도 한다. 금은방이 금과 현금을 모두 넉넉히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금은방이 보유한 귀금속 종류에 따라 ‘금-현금’ ‘은-현금’은 물론 ‘금-은’ ‘금-다이아몬드’도 교환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을 무한정으로 사거나 팔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어치 금을 갖고 있는 금은방에 가서 ‘1000만원을 들고 왔으니 1000만원어치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반대로 현금이 100만원밖에 없는 금은방에 금괴를 들고 가서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다.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유동성 공급자에게 이자 보상을 주는 이유도 여기 있다. 유동성이 넉넉해야 수많은 투자자가, 무리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두 가지 코인을 ‘쌍’으로 예치해야만 의미가 있다.

다시 금은방 얘기로 돌아가보자. 금은방에서 이자를 많이 준다는 얘기를 들은 A씨가 1억원어치 금괴를 예치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은방 입장에서는 A씨에게 높은 이자를 줄 필요를 못 느낀다. 금만 많다고 스왑 중개가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을 팔고 현금을 받겠다’거나 ‘금을 팔고 은을 받겠다’는 이들이 몰려든다면 금은방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금은방(DEX)에서는 1억원어치 금괴를 예치하려면 ‘1억원어치 현금’, 또는 ‘1억원어치 은’을 같이 예치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다른 스왑 요청이 들어와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다. 대부분 DEX에서 ‘코인 페어’ 예치를 받는 이유다.

유동성 풀에 넣는 코인 종류마다 이자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2월 10일 기준 클레이스왑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코인 페어는 ‘클레이스왑+캐리토큰’이다. 연 환산 예상수익률(APR)이 804%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급된 유동성 규모는 28달러. 예치 규모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반대로 유동성 규모가 8만달러가 넘는 ‘클레이튼+테더’는 APR이 25% 수준에 그친다. 현재 금은방에 부족한 ‘희귀 금속’을 예치하는 이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는 것과 같다고 보면 맞다.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에서 운영하는 탈중앙화 거래소 클레이스왑(Klayswap)의 유동성 풀 예치 화면. (클레이스왑 사이트 캡처)

▶스왑·풀 예치해볼까

▷암호화폐 지갑만 연동하면 끝

DEX 이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야 한다. ‘메타마스크(Metamask)’나 ‘월렛커넥트(Walletconnect)’ ‘트러스트월렛(Trustwallet)’ 같은 지갑을 추천한다. 대부분 DEX와 연동 가능한 대표적인 글로벌 암호화폐 지갑이다. 구글 플레이 같은 앱스토어나 인터넷 검색창에 지갑 이름을 치면 쉽게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카카오 DEX인 클레이스왑은 더 쉽다. 카카오톡에 클레이스왑에서 쓸 수 있는 자체 지갑 ‘클립(KLIP)’이 내장돼 있다. 지갑을 만들어 DEX와 연동하면 끝이다. DEX 사이트에 있는 ‘지갑 연동’을 선택하면 나오는 로그인창이나 QR코드로 간단히 연결 가능하다.

이제 지갑에 코인을 옮겨야 한다.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입한 뒤 ‘출금하기’를 선택하면 코인을 보낼 주소를 입력하라고 한다. 이때 본인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DEX에서 사용하는 기능은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는 ‘스왑’ 그리고 이자를 받기 위해 유동성 풀에 코인을 넣는 ‘풀(Pool)’이다. 스왑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지갑에 보유한 코인을 원하는 개수만큼 입력하고 바꾸길 희망하는 코인만 고르면 알아서 가격이 설정된다.

풀은 조금 복잡하다. 먼저 유동성을 공급할 ‘코인 페어’를 골라야 한다. DEX 사이트마다 현재까지 공급된 ‘유동성 규모’,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등이 나온다. 초보자라면 고수익률 페어보다는 유동성 규모가 많은 안정적인 페어에 예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익률이 높은 페어는 아무래도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코인 페어를 선택했다면 두 가지 코인을 예치를 원하는 개수만큼 지갑에 입금하면 된다. 스왑 때와는 달리, 페어를 이루는 코인 2종이 모두 필요하다.

DEX 이용 시 주의점.

거래소에서 지갑으로, 또 지갑에서 DEX로 코인을 옮길 때마다 코인 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더리움처럼 수수료가 비싼 코인일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풀에 예치하는 ‘이자 농사’의 경우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락업 기간 동안 예치한 코인 가격이 폭락할 경우 ‘손절’이 어려운 데다, 디파이 거래소 ‘먹튀’나 ‘해킹’ 발생의 우려도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