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핀테크 월드] 에리카가 만난 사람들① 헤스터 피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의원 

안녕하세요. 에리카입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2017년부터 활동하고 있고 특히 업계 안팎으로 존경받는 인사를 만나 지식과 견해를 듣는 에리카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업자를 비롯해 디파이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드레 크론제 와이언파이낸스 창업자, 비트코인 대중화의 선두 주자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 한국이 낳은 대표적인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가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인터뷰는 의미가 아주 큽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헤스터 피어스 위원이 인터뷰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피어스 위원은 보수적인 분위기의 SEC에서 보기 드물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인물이어서 `크립토 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SEC 위원인 만큼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그만큼 크고요. 개인적으로도 국제 정책을 전공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규제기관의 의원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피어스 위원은 인터뷰 내내 `크립토 맘`이라는 별명답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습니다. 비공식 인터뷰라는 제약으로 요즘 가장 관심이 높은 리플과의 소송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 ETF 등 다른 사안에는 최선을 다해 답해줬고 이를 통해 SEC의 암호화폐에 대한 견해도 상당히 많이 보여줬습니다. 아래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부에 이어> 

1. 암호화폐 규제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규제를 너무 남발하다 보면 어떤 산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규제에 눌려 묻혀버리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실제로 이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A : 규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방성을 보장해주는 것도 필요해요. 사실 명확한 틀만 보자면 커뮤니티에서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특히 암호화폐 산업은 공식적인 자율규제 조직이든 비공식 조직이든 관계없이 관련 문제를 놓고 많은 참여와 대항, 그리고 저항이 일어나고 있어요. 질문도 아주 많고요. 

이런 추세를 염두에 둔다면 규제 자체도 탈중앙화될 수 있다고 봐요. SEC 등은 정부를 대변하는 규제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있는 여러분 모두도 지역사회 규제자로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좋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율규제는 정부 규제보다 훨씬 더 유연할 수 있어요. 

이런 정황을 고려한다면 규제는 자주 바꿀 필요가 없는 원칙에 근거해야 합니다. 정부 기관들은 규제를 바꾸는 데 매우 느려요. 이것이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은 기술 중립 지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최근의 암호화폐 동향 중 (규제 측면에서) 특별히 우려하는 것이 있나요? 

A : 사기를 치기 위해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항상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죠. SEC는 암호화폐 사기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는 데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복잡한 증권 규제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에요. 증권과 관련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항상 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물론 다른 흥미로운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라는 개념은 서비스 이용 시 불필요한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는 중앙집중화된 행위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SEC는 중앙집중화된 행위자에 해당하는 중개자들을 규제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 자체가 규제 당국에는 굉장히 도전적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려운 문제는 고민할 가치가 충분해요. 탈중앙화에 내포돼 있는 민주화라는 약속은 매우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3. 현재 출시되고 있는 여러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제품 중 가장 먼저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디파이를 만들 때 규제 측면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A : 이건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한 것이에요. 디파이 회사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있어 증권법과 연관될 여지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세이프 하버(1편 참고), 그리고 특정 토큰이 유가증권으로 취급되는지 등과 관련이 매우 깊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관련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앞으로 연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나아가 은행법과의 연관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여름 불어닥친 디파이 열풍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현재 상당히 큰 규모로 성장한 탈중앙화 거래소(DEX)와 자동 시장 조성(AMM)의 부상이에요. 매우 흥미로운 영역인 데다가 법적으로 다루기에도 매우 어렵죠. 게다가 변화의 속도도 매우 빨라 순간순간 계속 놀라고 있습니다. 

4. 지분증명(PoS) 합의 체제에서 스테이킹과 검증자의 위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규제 관점에서 작업증명(PoW)과 큰 차이가 없는지요? 

A : 차이가 있습니다. 증권법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 또는 커뮤니티는 분명히 선택을 하고 있어요. 이들은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느냐(PoS), 아니면 일어난 거래에 의존하느냐(PoW)에 대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둘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여러 프로젝트들이 다양한 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여기서 규제당국이 묻는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51% 공격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죠. 이 질문은 PoS와 PoW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고려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분야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때 항상 증권법에 정통한 변호사와 상의하길 권합니다. 

5.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미국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SEC는 최근 승격돼 독립 부서가 된 핀허브(finhub)라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서 책임자는 SEC의 의장에게 직접 보고합니다. 이 부서에는 암호화폐와 관련 기술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잘 아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핀테크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의 법적 결과를 세세히 살펴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서 운영할 수 있을지, 증권법에 저촉되진 않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핀허브에 가기를 추천합니다. 물론 나도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매우 환영하지만 명시적인 결과를 얻고 싶다면 핀허브가 가장 우선입니다. 

핀허브는 여러분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서신에 명시된 조건과 명시된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우리는 강제 집행 조치를 추천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명기된 비조치의견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혁신가들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입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의견서는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되고 법적 문제와 관련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미국에서 멀리 떨어지지 마세요. SEC에 얘기하세요.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6. 이 질문을 안 할 수 없네요. 얼마 전 게임스톱, 그리고 월스트리트벳을 둘러싸고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A : 질문을 이해하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시장에 발전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지켜보는 입장을 취합니다. 거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 거죠. 우선 발전을 지켜보고요, 만약 증권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다면 그때부터 행동에 나섭니다. 

7. 비트코인 ETF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어요. 올해 내에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A : 아직 잘 모르겠어요. 2년 전 SEC에 온 이후 ETF와 관련해 많은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나는 SEC가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하지 않았을 때 다른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여전히 내 견해가 맞는다고 생각하고요. 

SEC는 ETF와 같은 거래 상품들을 그 상품의 정의 자체와 거래 환경을 기준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나는 비트코인과 관련해 상품의 정의, 거래 환경 모두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SEC의 다른 의원들에게 얘기하고 있어요. 특히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매우 활발하고 현물 시장도 매우 발전했습니다. 이 중 비트코인 현물의 유동성 중 많은 부분이 적합한 시장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SEC에서도 다수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시장에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진입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의 동향 정보를 알고 싶어 하고요. ETF는 이런 개인투자자들에게 정보 나침반의 바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는 모두 규제 대상인 증권 시장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사실들이 비트코인 ETF 승인과 관련해 SEC의 다른 의원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ETF의 승인 결정 당시로 돌아간다면 여전히 나는 다른 의견을 제기했을 것입니다. 내 의견이 아직도 맞는다고 믿고 있거든요. 

8.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요? 

A : 모든 것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 목표는 미국의 자본 시장을 항상 더 활기차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임 의장과 다른 위원들과 함께 일할 것이 기대가 돼요. 

 

9.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A : 사회에 가치 있는 것을 계속 만들어 나가세요. 여러분이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그것이 실제로 긍정적이고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강현정 크립토서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