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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분산금융, DeFi)는 3600억 달러(한화 약 405조원)의 가치가 있는 현 크립토 업계에서도 고작 2.5%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112경(京)원에 달하는 전통 금융 시장이나 파생시장과 비교해도 훨씬 더 작죠. 이는 디파이가 개척해야 할 시장이 아직도 크게 남아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여러 자산을 디파이 영역으로 포섭하려면 오라클 기술이 필수입니다.”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진행된 이드온라인의 ‘성장하는 디파이와 더 많은 데이터 그리고 담보 자산들’ 세션에서 오라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라클 : (블록체인, 프로그램 등에서 데이터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기술) 블록체인의 외부에 존재하는 날씨, 금융 정보 등의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부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 현실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 합의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전송한다. 디파이 프로젝트는 가격 연동 등을 위해 자체 오라클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디파이에서 핫한 오라클 기술은? “잔여금 증명 기술”

현 디파이 프로젝트에선 주로 가격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오라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선거나 스포츠 경기 등 예측 결과에 따라 보상을 주는 `예측 시장`에서도 이벤트 결과를 블록체인으로 가져오는데 오라클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블록체인 게임이나 디파이 복권 앱에서 복잡한 난수를 만들기 위해 오라클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중 특히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오라클을 사용한 ‘잔여금 증명’이다. 잔여금 증명이란 사용자가 보유한 암호자산의 총량을 오라클에서 확인하고 증명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커스터디 업체인 비트고와 렌은 사용자의 비트코인(BTC) 보유량을 확인하고 증명을 만드는데 체인링크 오라클을 사용하고 있다. 비트고는 이를 토대로 사용자가 보유한 BTC수량 만큼 디파이에서 사용할 wBTC 토큰을 발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잔여금 증명 기능을 사용하면 비트코인을 수탁 업체로 옮길 필요 없이 잔액을 간편히 증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발행된 wBTC, renBTC 토큰의 총량은 12억달러(한화 약 1조 4000억원)를 최근 넘어섰다.

잔여금 증명 기능은 암호 자산 뿐만 아니라 금,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의 보유량을 디파이에서 증명하는데도 사용될 전망이다. 나자로프 최고경영자는 “현재 디파이에선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자산을 디파이 담보로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반면 오라클을 통해 잔여금 증명 기능을 사용하면 사용자의 자산 내역을 디파이에서도 손쉽게 증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대체불가(NFT) 토큰을 만들거나 암호화폐를 활용한 보험, 대출 서비스와 연동할 수 있어 서비스의 폭이 다양해지고 디파이 시장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오라클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해당 데이터를 누가 블록체인에 제공하는지, 또 해당 데이터가 실제로 올바른지 증명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초기의 ‘오라클라이즈’와 같은 오라클 서비스는 이같은 작업을 단일 주체가 모두 수행했다. 때문에 처리가 비교적 신속했지만 서버가 다운되면 장애가 발생하기 쉽고 데이터가 중앙화 된다는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등장한 오라클 모델은 데이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현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노드를 여럿 두고 권한을 분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커다오(MKR) 프로젝트에선 현재 암호 자산의 가격을 조사하고 오라클에 제출하는 ‘리포터’를 여럿으로 운영해 데이터의 투명성을 자체적으로 높이고 있다. 다만 오라클 내부에 구동되는 노드가 많아질수록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어 가격차를 악용한 공격을 예방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메이커다오의 경우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데 한시간 정도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현 디파이,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나자로프 최고경영자는 디파이가 최근 크게 성장한 기술적인 배경으로 여러 디파이 프로젝트에 적용된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SOA)를 꼽았다. 특히 현 디파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 서비스를 토대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예전까지는 하나의 컨트랙트에서 모든 기능을 소화한 모노리스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프로젝트의 컨트랙트와 기능을 연동해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도 늘었다”는 설명했다.

실제로 탈중앙화거래소(DEX) 사이에서 유동성을 공유하는 원인치(1inch) 같은 서비스도 최근 등장했다. 또 아베(AAVE), 신테틱스(SNX), 연파이낸스(YFI) 등 디파이 플랫폼의 기능을 조합하면 독자적인 디파이 서비스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러 기능을 모아서 디파이 앱을 제작하는 경우 공격당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비스기반아키텍처(SOA) :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서비스를 토대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연동하는 아키텍처 방식. 서비스 간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한다.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 : (SOA를 달성하는 방식 중 하나)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개의 서비스 집합으로 구성하는 방식. 서비스를 마이크로 단위로 쪼개 개발해 확장성과 재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

나자로프는 “이더리움의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유명한 ‘더 다오’는 한 컨트랙트에 모든 기능을 구현했다가 그중에 일부 결함이 존재해 해커의 공격으로 1800억원에 상당하는 자금을 한번에 분실한 사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근 디파이 프로젝트에선 컨트랙트를 기능별로 쪼개 관리하면서 서비스의 재사용성과 보안성을 높이고 있다. 앞으론 디파이 서비스의 결합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디파이 서비스가 더욱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